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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여는 희망세상(국제신문:2011.08.16)

  • 관리자 |
  • 등록일 : 2012-02-09 17: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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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시 어곡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주)블루인더스 직원들이 용접복 등 조선업체에 납품할 산업안전용품을 제작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취약계층 일자리 만들어 주려 일반업체서 사회적기업 변신
- 결혼이주여성 등에 희망 일터, 3년 새 5배 가까이 직원 늘어
- 조선소에 마스크·도장복 등 납품, "전 직원이 가족처럼" 화합 최우선

'화선능후(和先能後·능력도 중요하나 화합이 우선이다)'.

경남도 사회적 기업인 양산시 어곡동 어곡공단 인근에 위치한 산업용 안전용품 전문 생산업체인 (주)블루인더스(대표 정천식) 사장실에 걸려 있는 사훈이다. 사훈에서 알 수 있듯 이 기업은 무엇보다 직원 화합을 중요시한다. 개인의 특출한 능력보다는 직원들이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것이 먼 장래를 볼 때 회사에 이익이라는 게 정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블루인더스는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와 경남도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는 2008년 10월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서 일반 기업체로 출범해 사회적 기업으로 변신한 케이스. 통상 사회적 기업에서 출발해 일반 기업체로 변신하는 경우와 정반대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정 대표는 블루인더스 창립 당시 경남의 성동조선해양에 방진 마스크 등을 공급했기 때문에 경영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늘 가슴 한 구석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위 공직자로 근무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았으면 무언가 사회에 보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 대표는 국가정보원 1급 출신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대테러 대비 안전단장을 맡아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공로로 보국훈장(천수장)을 받아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보국훈장은 무공훈장과 더불어 훈장 가운데 격이 가장 높은 것이다.

고민 끝에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을 선택했고, 제조업의 특성을 살려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형 기업으로 변신했다. 블루인더스에는 현재 48명이 근무하며 이 가운데 여성 장애인과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여성이 각각 20명, 60세 이상 고령자가 8명이다. 일반 기업체 취업이 힘든 이들 근로자는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 속에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블루인더스는 설립 초기 직원이 10명도 채 안됐으나 3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직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혜택 탓도 있지만 정 대표가 적극적으로 판로확보에 나서는 등 놀라운 경영수완을 발휘해 사세를 확장한 덕이다. 거래처가 초기에는 성동조선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삼호조선해양에도 납품하는 등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전망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 특성상 고용창출 확대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고용을 늘기기 위해서는 대기업 거래선을 뚫어야 하는데 그 벽이 너무 두터워 번번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는 나름의 지명도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업이라는 명분을 무기로 대기업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재벌기업의 견고한 벽만 확인하고 물러서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블루인더스 직원들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품질과 가격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 조금만 노력하면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직원 김모(46) 씨는 "사장님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에 따라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며 "이 때문에 일의 능률도 오르고 제품의 질 역시 좋으며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생산한 제품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했다.

블루인더스는 앞으로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회사를 더욱 키워 전국 제일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보자는 야심찬 포부를 계획하고 있다. 블루인더스의 생산품은 산업안전용품과 환경용품이다. 산업안전용품으로는 호흡 보호구와 용접용품, 도장복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근로자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유해물질이 없는 청정 소재로 제작하고 있다.

호흡 보호구인 방진 마스크와 안면부 여과식 마스크는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는데, 외국 유명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탁월한 성능과 착용감으로 인기가 높다. 환경설비 분야 역시 글로벌 기업과 컨소시움을 형성해 대형 구조물의 공조·도장·집진설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다수 기업인은 모기업이 성공하면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이 없다"며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으며 블루인더스가 사회적 기업의 멘토, 롤모델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정천식 대표

- "1명이라도 더 채용하려 제 임금 한달 30만원 받죠"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절실합니다."

블루인더스 정천식(58·사진) 대표는 사회적 기업 활성화의 관건으로 대기업의 지원을 들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인건비 등 지원을 받는 최장 5년의 기간이 끝난 뒤 자립하는 기업은 20%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일정기간 지원 후 자생력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로 사회적 기업 제도를 시행하지만 자립률이 기대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몇가지를 꼽았다. 우선 사회적 기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기존 우수업체를 엄선해 중점 지원하는 질적 관리로의 전환. 우수업체의 기업확장을 도우면 실패율도 줄이고 고용을 늘리는 등 내실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기업 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도 사회적 기업 제품 일정량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이다.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의무화하면 판로확보가 용이해 사회적 기업의 조기 정착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국회 탄원서 제출 등 여러경로를 통해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이 같은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방안 실현을 위해 적극 나설 생각이다. 그는 벌써 제품 거래선을 현재의 성동조선에서 대우와 삼성 등 대기업 조선소로 확대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정 대표는 "대기업 판로를 개척해야 투자를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이 같은 사회적 기업의 취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 출신으로 국가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고 싶어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며 "영리추구를 생각했다면 사회적 기업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한달 급료는 30만 원. 연금 등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큼 대표이사 월급으로 한명이라도 더 어려운 이웃을 채용하기 위해 책정한 금액이다.


# 작업반장 김주봉 씨

- "까다로운 품질 검사 … 생산 제품 어디 내놔도 자신"

 
 
"블루인더스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블루인더스 김주봉(61·사진) 작업반장은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김 반장은 뇌출혈로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으며 지금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오랜 병원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삶의 의욕을 잃는 등 힘든 생활을 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블루인더스에 근무하면서 활기를 찾아 의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김 반장은 과거 기계를 다루는 일을 오래 맡아 조예가 있는데다 인력관리 능력도 갖춰 회사의 신임이 두텁다. 김 반장은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며 "나 자신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블루인더스에 근무하게 된 것도 이 회사가 사회적 기업으로 소외계층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

그는 "나 자신이 열심히 하면 회사와 개인이 성장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직원이 장애인과 다문화 이주여성, 노령자로 취약계층이지만 반복훈련과 까다로운 품질검사 등으로 정상인보다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사회 봉사와 헌신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달성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며 "주민과 기업들이 이 같은 점을 인식해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등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